아빠와의 놀이가 아이에게 특별한 이유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쌓이면서 확실하게 느끼는 게 있다.
엄마와의 놀이가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면, 아빠와의 놀이는 뭔가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 주말 오후, 딸아이가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다.

"아빠, 나랑 레슬링 할래?"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다. 순간적으로 '레슬링이 어디서 나왔지?' 싶었지만, 이내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와 뒹굴며 놀았다.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나도 어느새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아빠와의 놀이는 항상 이렇게 격렬하고 활동적이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아빠와의 놀이가 아이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견했다.

캐나다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아빠와의 적극적이고 신체적인 놀이는 아이의 신체적·정서적 발달은 물론이고,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엄마와는 주로 말로 표현하는 정적인 상호작용이 많은 반면, 아빠와는 신체적인 접촉과 활동적인 놀이가 많아 아이가 좀 더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도록 자극받는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아이도 나와 함께할 때면 훨씬 더 적극적이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네 놀이터에 갔을 때, 처음에는 무서워했던 놀이기구를 나와 함께 하면서 서서히 도전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엄마와 함께할 때는 조심스럽고 안전한 선택을 했다면, 아빠와 함께할 때는 약간은 위험해 보이는 선택도 과감하게 시도했다.

아빠와의 놀이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을 키우는 데에도 탁월하다는 점이다. 아이는 아빠와의 놀이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할 수 있다. 가끔은 놀이 과정에서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살짝 다칠 때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는 감정 조절 능력을 배우고,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아이와 함께 뒹굴고 뛰어놀며 웃던 시간이 떠오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심코 흘려보낸 이 소소한 놀이의 순간들이 아이에게 이렇게 큰 의미와 영향을 주고 있었구나.

"아빠랑 노니까 너무 좋아!"
아이의 이 한 마디가 더없이 감사하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육아가 가끔 힘들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이제는 내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 특히 아빠와의 놀이 시간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아빠의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적극적으로 놀아주면서, 아빠라는 이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