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 참여가 아이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 [2편]
아빠가 읽어주는 책 한 권의 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내 귀에 들어오는 말이 있다.
바로 아이가 책 한 권을 들고 달려오며 외치는,
"아빠, 책 읽어줘!"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소파에 누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딸이 책 한 권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올 때면 절대 거절할 수 없다.
그리고 어느새 아이는 내 무릎 위에 앉아 책을 펼치고, 나는 익숙하게 첫 장을 넘긴다.
처음엔 이 시간이 그저 아이를 재우기 위한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와의 책 읽기가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 아이가 갑자기 내 말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며 목소리를 바꿔 이야기하는 나를 흉내 내면서,
아이가 생동감 있게 책 속의 이야기를 재연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책 읽기의 진짜 힘을 실감했다.
아빠가 읽어주는 책 한 권은 단순히 아이의 언어 능력만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의 감정 표현 능력, 공감력, 상상력까지도 성장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리딩대학교(University of Reading)의 연구에서는,
아빠가 읽어주는 이야기는 아이가 세상을 더 창의적이고 풍부한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얼마 전엔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운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며 내게 자랑하듯 말했다.
"아빠, 내가 '황홀하다'는 단어 알아. 책에서 배웠어. 황홀하다는 건 아주아주 기분이 좋은 거래."
이런 순간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 짧은 순간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아빠의 책 읽기는 아이뿐만 아니라 아빠 본인에게도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준다. 아이의 귀를 쫑긋 세우며 집중하는 얼굴, 가끔씩 엉뚱하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궁금한 걸 물어보는 순수한 모습에서 나는 육아의 행복과 보람을 동시에 느낀다.
아이와 아빠 사이의 친밀감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일 저녁 반복되는 이 짧은 책 읽기 시간이 바로 그 친밀감을 키우는 최고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오늘 밤에도 나는 아이와 함께 책 한 권을 펼친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역시 책 한 권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