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교감으로 만드는 단단한 관계 [2편]
아이의 감정을 읽는 연습, 아빠도 배우는 중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이런 순간을 맞게 된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 울음, 아니면 평소와는 다른 조용함.
그럴 때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지금 왜 저러는 걸까?'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괜히 더 건드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아직 서툴다.
아이의 감정을 읽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얼마 전 일이었다.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와 가방을 바닥에 툭 던지더니 아무 말 없이 소파에 누워 있었다.
“무슨 일 있어?”
물었지만 고개만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무슨 일이 있는지 말을 해줘야 도와주지…’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앉아, 조용히 말했다.
“오늘 힘들었구나. 말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지.”
그 말에 아이가 살짝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선생님이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혼냈어…”
말 한마디 건네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감정이 걸렸는지,
아이의 얼굴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그날 밤,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아이의 감정을 알아채는 건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어' 하고 마음을 여는 일이라는 걸.
우리는 어른이 되며
감정을 숨기거나 억누르는 데 익숙해진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그런 걸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흔들리고, 더 자주 터진다.
그때 어른이 할 일은
감정을 눌러버리거나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속상했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지.”
“지금 그 마음, 아빠가 알 것 같아.”
이런 말들이 아이에게는
“내 감정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느낌이 아이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든다.
나는 아직도 연습 중이다.
아이의 말보다 눈을 보고, 몸짓을 읽고, 침묵을 들어주는 연습.
아빠가 되면서 배워야 할 새로운 언어,
그건 바로 감정이라는 언어다.
아이의 감정을 읽는 일은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응답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