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교감으로 만드는 단단한 관계 [3편]
아빠와의 비밀 약속이 만들어주는 신뢰감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건,
아이들은 ‘비밀’을 참 좋아한다는 거다.
물론 남을 험담하거나 숨기자는 의미의 비밀은 아니다.
아빠랑 나만 아는 둘만의 작은 약속.
그런 게 아이들에겐 아주 특별하게 다가온다.
딸아이와 나에겐 그런 약속이 있다.
퇴근하고 들어오면, 나는 현관문을 열기 전에 꼭 문 너머로 노래를 한 소절 불러준다.
"아빠가 왔어요~🎵"
그러면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달려와 문을 열고 말한다.
"우리 비밀 노래 했네!"
이건 우리만의 인사다.
그냥 ‘다녀왔어’ ‘왔어?’ 대신,
이 작은 루틴이 우리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준다.
또 하나,
딸과 나는 ‘비밀 간식 장소’도 있다.
어느 날 마트에서 슬쩍 사온 젤리를
엄마 몰래(?) 둘이서만 나눠 먹은 그날 이후,
나는 그 간식을 책장 아래 서랍에 넣어두기 시작했다.
"이건 우리 둘만 아는 간식 장소야."
그 말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나 비밀 잘 지킬 수 있어!"
사실 비밀이라고 하기엔 너무 귀엽고 소박하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게 곧 ‘신뢰’다.
아빠가 나를 믿어준다는 느낌,
나만 아는 특별한 세계가 있다는 느낌.
심리학자 존 보울비의 애착 이론에 따르면,
아이들은 자신이 신뢰받고 있다고 느낄 때
자기조절 능력과 사회적 안정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즉,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이
아이가 자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이걸 거창하게 ‘신뢰 교육’이라 말하진 않는다.
그저 일상의 소소한 순간 속에서
아이와의 작은 약속을 지켜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약속을 쉽게 하지 않는다.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키려고 한다.
“내일 놀이터 가자” 했다면 비 와도 우산 쓰고 간다.
“자기 전에 책 읽어줄게” 했다면 늦어도 읽는다.
이런 걸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안다.
‘아빠는 내 말을 진짜 들어주는 사람이다’라는 걸.
아이와 쌓아가는 관계는 거창한 이벤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아무것도 아닌 듯한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서로를 단단히 연결해주는 끈이 된다.
오늘도 딸과 작은 약속을 했다.
“내일 아침에 둘이서만 비밀 쥬스를 마시자.”
별거 아닌 이야기 같지만,
그 약속을 기다리며 잠드는 딸의 표정은
내게 하루를 버틸 힘을 준다.